AI가 만든 것처럼 보이는 화면의 원인은 도구가 아니라 말투였습니다. "모던하고 깔끔하게"라는 여섯 글자가 결과를 평균으로 끌어내립니다.
이 글 3줄 요약
- 형용사를 주면 AI는 학습한 수백만 화면의 평균을 뽑습니다. 그 평균이 바로 AI 티입니다.
- 형용사 대신 실제 제품 이름과 부품 이름을 주면, 평균이 아니라 그 하나의 문법에서 뽑기 시작합니다.
- 해달라는 말 열 개보다 하지 말라는 말 한 줄이 결과를 더 크게 바꿉니다.
도구를 열여섯 개 뒤졌는데, 살아남은 건 습관이었습니다
"AI로 만든 티가 안 나게 해주는 도구를 찾아보자"로 시작한 조사였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 영상, 국내 블로그까지 여러 갈래로 나눠 훑어서 후보 열여섯 개를 추렸습니다. 별이 십만 개 넘게 붙은 유명한 것도 있었습니다.
후보마다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걸 쓰면 실제로 좋아진다는 전후 비교 증거가 있느냐. 결과는 0개였습니다. 별 십만 개짜리도 근거라고 내놓은 게 자기 소개 문구였습니다. 설치할 만한 도구가 하나도 안 남은 겁니다.
대신 검증을 통과한 게 따로 있었습니다. 전부 설치가 필요 없는 습관이었고, 그중 1위가 지시문을 정밀하게 쓰는 방법이었습니다. 돈도 설치도 안 드는 쪽이 유일하게 증거를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그날 도구는 한 개도 안 깔고, 프롬프트 규칙만 문서에 박았습니다.
형용사를 주면 AI는 '평균'을 뽑습니다
AI는 수백만 개의 화면을 보고 배웠습니다. 여기에 "모던하고 깔끔하게"라고 던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모던하다고 이름 붙은 화면들의 한가운데를 뽑아 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본 듯합니다. 보라색 그라데이션 배경, 전부 둥근 모서리 카드, 가운데 정렬된 큰 문구. 누가 시켜도 비슷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AI가 성의 없이 만든 게 아니라, 형용사가 가리키는 목적지 자체가 평균이라서 그렇습니다.
평균이 나쁜 결과라는 뜻은 아닙니다. 평균은 안전합니다. 크게 어긋나지도 않고 무난하게 읽힙니다. 문제는 기억에 안 남는다는 겁니다. 어제 본 화면과 오늘 본 화면이 구분이 안 되면, 잘 만들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지나가는 화면이 됩니다.
그런데 "이 앱의 홈 화면처럼"이라고 실제 이름을 대는 순간 달라집니다. AI가 평균 대신 그 제품 하나의 구체적인 문법 쪽으로 옮겨 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내부 동작을 그대로 옮긴 설명이 아니라, 결과가 왜 달라지는지 감을 잡기 위한 비유입니다. 여백을 얼마나 두는지, 색을 몇 개나 쓰는지, 글자 크기를 몇 단계로 나누는지가 그 제품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이름 하나가 형용사 열 개보다 셉니다.
규칙 1. 형용사 대신 실명
바꿔야 할 건 딱 한 자리입니다. "어떤 느낌으로"가 들어가는 자리에 "무엇처럼"을 넣으세요.
| 이렇게 쓰면 평균이 나옵니다 | 이렇게 바꾸면 문법이 생깁니다 |
|---|---|
| "모던하고 깔끔하게" | "내가 매일 쓰는 이 금융 앱 홈 화면처럼" |
| "감성적인 느낌으로" | "동네 책방 안내문처럼 여백 많고 글자 큰" |
| "전문적으로 보이게" | "윈도우11 기본 앱 창처럼" |
| "화려하게" | "잡지 표지처럼 큰 사진 하나에 제목만" |
기준으로 삼을 제품은 유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자주 쓰면서 한 번도 불편하다고 느낀 적 없는 화면이면 충분합니다. 이름이 안 떠오르면 캡처 한 장을 붙이세요. 시각 결과물을 시각 자료 없이 주문하는 게 가장 손해입니다.
규칙 2. 부품도 이름으로 부릅니다
두 번째로 바꿀 자리는 배치 설명입니다. "위에 요약 있고 아래에 목록"처럼 위치로 설명하면 AI는 또 평균을 꺼냅니다. 화면 부품에는 전부 이름이 있고, 이름을 받으면 AI는 정확히 그 부품을 만듭니다.
- 숫자 하나를 크게 보여주는 상자 → 지표 카드
- 스크롤해도 위에 붙어 있는 줄 → 고정 헤더
- 목록을 감싼 네모 → 카드, 감싸지 않고 줄만 그은 것 → 표
- 옆에 세로로 붙는 메뉴 → 사이드바
- 눌렀을 때 위에 겹쳐 뜨는 창 → 모달
이름이 헷갈리면 AI에게 먼저 물어보면 됩니다. "이 부분의 정확한 명칭이 뭐야"라고 묻고, 돌아온 답을 그대로 다음 지시에 쓰세요. 용어를 외울 필요는 없고 한 번 물어보면 됩니다.
규칙 3. "하지 마" 한 줄을 꼭 넣습니다
세 번째가 효과 대비 가장 쉽습니다. 금지 항목을 한 줄 넣으세요.
"그라데이션 쓰지 마" 한 줄이 뻔한 결과를 시작 전에 지웁니다. 해달라는 말은 여러 개를 넣어도 서로 부딪히며 흐려지지만, 하지 말라는 말은 후보를 확실하게 잘라냅니다. 자주 쓰이는 금지 한 줄은 이런 것들입니다.
- 배경 그라데이션 금지, 단색만
- 모든 요소를 카드로 감싸지 말 것
- 이모지 아이콘 금지
- 가운데 정렬 남발 금지, 왼쪽 정렬 기본
- 색은 세 가지 이내
전부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번 결과에서 제일 거슬렸던 것 하나만 골라 넣으면 됩니다.
복붙해서 쓰는 before / after
바꾸기 전.
쇼핑몰 소개 페이지 만들어줘. 모던하고 깔끔하게, 세련된 느낌으로.
사용자 친화적이고 신뢰감 있게 부탁해.
바꾼 뒤.
쇼핑몰 소개 페이지를 만들어줘.
[기준] 내가 자주 쓰는 000 앱 홈 화면의 결로. 여백 넉넉하고 색은 절제된 쪽.
[구성] 맨 위 고정 헤더 → 큰 사진 한 장과 제목 → 지표 카드 3개 한 줄 → 표 형식 목록
[금지] 배경 그라데이션 금지. 이모지 아이콘 금지. 색은 3가지 이내.
[글꼴] 제목과 본문 두 종류만.
먼저 화면 구조를 글로 설명해줘. 내가 확인한 다음에 만들기 시작해.
바뀐 건 길이가 아니라 종류입니다. 형용사가 사라지고 이름과 금지가 들어갔습니다. 마지막 줄도 챙기세요. 구조를 먼저 말로 받아 보면, 다 만들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키는 일이 줄어듭니다.
세 규칙을 한 번에 쓰는 순서
- 기준 하나를 정합니다. 내가 자주 쓰는 화면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 캡처를 뜨면 더 좋습니다.
- 부품을 셋에서 다섯 개만 적습니다. 화면에 뭐가 필요한지를 이름으로 나열합니다. 배치는 화살표로 이어 씁니다.
- 금지 한 줄을 고릅니다. 지난번 결과에서 제일 거슬렸던 것을 그대로 금지어로 만듭니다.
- 구조부터 글로 받습니다. 만들기 전에 어떻게 짤 건지 설명을 먼저 받아 보고 방향을 잡습니다.
- 한 번에 한 축만 고칩니다. 색이 마음에 안 들면 색만, 간격이 답답하면 간격만. 여러 개를 한꺼번에 고쳐 달라고 하면 다시 평균으로 돌아갑니다.
5번에서 많이들 무너집니다. 결과를 받아 들고 "전체적으로 좀 더 세련되게 다시"라고 하는 순간, 애써 세운 기준이 사라지고 처음의 그 평균 화면으로 돌아갑니다. 고칠 때도 형용사가 아니라 이름으로 말해야 합니다. "카드 사이 간격을 두 배로", "제목 글자만 한 단계 크게"처럼요.
지시문 점검 체크리스트
- 기준으로 삼을 제품이나 캡처가 들어 있는가
- 형용사만으로 설명한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은가
- 화면 부품을 이름으로 불렀는가
- 금지 한 줄이 있는가
- 참고 대상이 두 개 이상 섞여 있지 않은가
- 전체 길이가 일곱 문장을 넘지 않는가
여기서 많이 미끄러집니다
좋은 걸 여러 개 섞으면 더 좋아지겠지. 셋을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나옵니다. 기준 제품은 하나만 정하고, 차별화는 색과 글꼴 정도 두 축으로 제한하세요.
정밀하게 쓰라니까 A4 한 장을 씁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명세도 평균만큼 나쁩니다. 요구가 서로 부딪히면 AI는 안전한 가운데로 도망갑니다. 세 문장에서 일곱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말로만 설명하고 캡처를 안 붙입니다. 원하는 화면의 캡처 한 장이 가장 강한 지시서입니다. 붙일 수 있으면 무조건 붙이세요.
화면 하나 앞에 두고 같이 고쳐드립니다
지금 만들다 만 화면이 있는데 어디가 어색한지 말로 설명이 안 된다면, 그 어색함의 정체는 대개 형용사 몇 개입니다. 어떤 기준을 잡고 어떤 금지를 넣어야 할지, 화면을 보면서 무료로 짚어드리겠습니다.